치매 돌봄- 가족이 지쳐가는 돌봄, 웰다잉의 시선으로 보다

치매 돌봄의 하루는 계절처럼 변합니다. 웃음과 분노가 오가는 어머니 곁에서, 가족은 지치고 또 배워갑니다. 어머니의 치매 돌봄을 통해 사랑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을 배웠습니다. 복지제도와 존엄한 삶을 웰다잉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봅니다.

“요즘 어머니와의 하루는 계절처럼 변합니다.
오전엔 햇살처럼 웃으시다가, 오후엔 먹구름처럼 화를 내세요.
처음엔 제가 잘못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병의 한 과정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피곤한 날들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치매 돌봄의 시간은 단순히 인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족 모두의 감정과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이었죠.
이제 저는 어머니의 병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살아드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존엄히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1. 사랑으로만은 버틸 수 없는 ‘치매 돌봄의 현실’

처음엔 “가족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세 번 약을 챙겨드리고, 옆에서 말벗이 되어드리면 충분하다고 믿었죠.
하지만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의 감각이 무너지고, 감정의 댐이 터지듯 쏟아지는 병이었습니다.

점심 무렵엔 또 다른 어머니가 계십니다.
조용히 제 손을 잡고 “미안하다” 하시며 눈을 감으시죠.
오전의 폭풍은 지나가고, 오후의 고요가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도 함께 무너지고, 다시 세워집니다.
치매는 어머니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밤이면 더 심해집니다.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시고,
요양보호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시끄럽다”며 소리치십니다.
결국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린 보호사들.
남은 건 지쳐버린 가족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걸음이 느려지고, 스스로를 돌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요양원은 싫다, 내 집에서 죽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불이 날 뻔했습니다.
어머니가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두고 잊으신 거죠.
그날 이후 저는 밤마다 불안에 떨며 잠을 설칩니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 둘 수 없구나…”
그때 처음으로, ‘돌봄’이란 말이 제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돌봄은 사랑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랑에는 한계가 있고, 가족이 돌봄의 전부가 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가족 모두가 소진되고, 우울해지고, 죄책감에 짓눌리지만
누군가는 끝까지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 역할이 ‘ 치매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 2. 제도는 있지만, 손이 닿지 않는 치매 돌봄

치매가 시작된 초반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생활지원사 선생님이 주 2~3회 방문해 어머니의 안부를 살피고,청소나 식사 지원도 해주셨습니다.

또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안내받았고,
치매 가족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죠.

하지만 어머니의 병이 점점 깊어지자, 이런 지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24시간 누군가 옆에 있어야 했고, 밤새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복지 서비스는 ‘부분적인 도움’일 뿐,
결국 가족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구조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치매 돌봄서비스, 치매안심센터, 복지 상담 등 가족 돌봄 지원 제도를 안내하는 현실적 장면. 복지센터에서 상담사가 중년 여인에게 복지로 홈페이지를 보여주는 장면.
복지로 상담을 통해 치매 돌봄의 길을 찾는 가족

🕊️ 3. 가족의 무너짐과, 죄책감의 무게

어머니가 요양보호사님께 계속 화를 내셔서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치매 돌봄하는 보호사님이 바뀌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건 돌봄이 아니라 생존이구나.”

가족이 함께 지치고, 서로에게 화를 내고,
결국은 죄책감만 남게 되는 돌봄의 현실.
하지만 저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죄책감은 사랑의 증거가 아니라, 돌봄 체계의 부재에서 오는 신호라는 걸요.

👉 공식 정책 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 복지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바로가기

🌸 4. 웰다잉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이후

어느 날 치매 돌봄 센터의 사회복지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만 돌보실 게 아니라, 선생님 자신도 돌보셔야 해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습니다.
처음엔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라 생각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알고 보니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맞이하는 과정’이더군요.

웰다잉 프로그램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가족과의 감정 정리,
돌봄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남겨질 저 자신을 위한 공부 같았습니다.

“잘 죽는 법을 배우면, 오늘을 더 단단히 살게 된다.”
— 교육에서 들은 이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습니다.

밝은 교실에서 웰다잉 교육을 듣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 서로 마주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는 장면-치매돌봄 프로그램과 노년기 교육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존엄한 삶과 죽음의 준비를 표현.
“웰다잉 교육을 통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어르신들”

💡 5. 웰다잉은 ‘떠남의 준비’가 아니라, ‘지금을 지키는 일’

치매 돌봄을 하다 보면 ‘이제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보며 느꼈습니다.
돌봄의 끝은 ‘끝’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걸요.

이제는 요양병원 입원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전문 돌봄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는 것이, 결국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가족이 모두 무너지기 전에,
도움을 요청하고, 제도의 문을 두드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저는 이 시간을 통해 배웠습니다.

웰다잉은 ‘죽음의 준비’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덜 아프게 살아가는 연습’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결정과 웰다잉] 돌봄의 끝이 아닌, 존엄한 선택의 시작
어머니를 시설에 모신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보호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요양병원 결정의 현실과 후회 없는 선택의 기준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함께 하면 좋은 글

2025노인맞춤돌봄서비스 -신청맞춤돌봄케어, 배움터·시스템까지 한눈에

Similar Posts